
지난해 9월 8일 CNN은 "주인의 목숨을 살린 견공이 한국 최초로 명예 구조견에 임명되다"라는 제목으로 백구의 소식을 보도했는데요. 미국 CNN 방송은 "충실한 백구 덕분에 실종된 할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라며, "견공 백구는 강아지가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이유를 다시 한번 보여주었고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CNN뿐만 아니라 ABC 방송과 NBC 방송, 워싱턴 포스트 등에서도 백구의 감동적인 사연을 일제히 타진하며, 코로나19로 지친 세계인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1. CNN도 감동했다... 실종 90대 치매 할머니 구한 백구
지난해 8월 25일 충남 홍성에서 치매를 앓고 있던 90대 할머니가 새벽에 홀로 집을 나섰다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반려견과 함께 마을을 벗어나는 장면이 근처 축사 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되었습니다. 마을 주민이 총동원되고 119 구조대와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당시 어둡고 새벽부터 내린 비로 인해 할머니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충남 경찰청에서 드론을 띄워 할머니를 수색했는데요. 이틀이 지난 실종 40시간 만에 집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쓰러져있던 할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빗속에서 체온이 떨어져 위험했지만 할머니의 곁에는 백구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논 가장자리 물속에 쓰러져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새벽부터 내린 비로 인해 이미 저체온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와 함께 집을 나선 백구가 할머니가 쓰러진 40여 시간 내내 곁을 지켰습니다. 백구가 할머니 옆에서 핥아주고 몸을 비비며 할머니의 체온을 유지시켜줬고, 경찰의 열화상 탐지용 드론이 기력이 다한 할머니 대신 백구의 생체 신호를 탐지해 함께 있던 할머니를 구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죠. 백구와 할머니는 각별한 인연이 있는데요. 사실 할머니를 구한 백구는 한때 유기견이었다고 합니다. 3년 전인 지난 2018년 길에서 큰 개에 물려 목숨이 위태했는데, 이를 발견한 할머니와 가족들이 백구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목숨을 구했다고 합니다. 이후 할머니와 백구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둘도 없는 사이가 됐고 평소에도 기력이 약하신 할머니가 외출하면 백구가 항시 호위를 했다고 하네요. 할머니가 정성껏 보살펴 목숨을 구해줬던 백구가 이번에는 자신을 구해준 할머니 목숨을 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해당 사연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주었고, 9월 6일 충남소방본부는 반려견 백구를 전국 1호 '명예 119 구조견'으로 임명하고 소방교 계급장을 수여했습니다. 전국에서 반려견이 명예 구조견으로 임명된 건 백구가 처음이라고 하네요.
2. 또 하나의 구조 대원 119 구조견
현재 소방청 소속으로 활동하는 119 구조견은 28마리라고 합니다. 9개 시·도 소방서에 배치돼 활동 중인 119 구조견은 화재와 폭발 붕괴 사고나 재난 현장, 실종 사건 등에서 사람을 찾을 때 투입되죠. 지난해 7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사건 때도, 한강 공원에서 실종된 고(故) 손정민 씨의 주검을 한강에서 최초로 발견한 것도 사람보다 구조견의 역할이 컸습니다. 인간에 비해 최소 1만 배 이상 발달된 후각과 청각을 이용해 인간의 능력과 첨단 기기로도 식별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실종자의 위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탐색해 인명을 구조한답니다. 구조견이 될 수 있는 견종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닙니다. 개의 특성에 따라 구조견의 자질을 판단하게 되는데요. 인간을 좋아하고, 소유욕이 있으며 체력이 강해야 한다는 점이 필수 요소입니다. 대표적으로 셰퍼드, 마리 노이즈, 레트리버, 보더콜리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요. 손정민 씨를 발견한 민간 구조견 오투도 마리 노이즈 견종입니다. 119 구조견이 아니더라도 민간에서도 구조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 이 시험에 통과하게 되면 경찰과 소방서 등과 협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구조견들이 지난해 구조한 사람은 37명이라고 하는데요. 662차례 현장에 출동해 얻어낸 성과라고 합니다. 구조견이 적극적으로 사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비영리 단체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합니다. '한국인명구조애견협회'에서는 전국 시·도 단위로 팀을 운영하며 24시간 대기 체제로 지원 요청이 오면 언제든 사건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출동 지원 요청을 받게 되면 구조견이 핸들러(훈련사)와 함께 현장지원에 나가게 됩니다. 이 단체에 소속된 인명 구조견과 사체 탐지견은 총 15마리라고 합니다.
3. 인명구조견, 우리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구조견에 대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다 보니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산지에서 실종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산을 수색하는 구조견을 들개로 오인해 등산객들이 이들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조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수중 수색을 위해 개가 뛰어들면 동물 학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왜 입마개를 하지 않냐고 묻기도 합니다. 정부에서도 구조견의 필요성을 깨닫고 육성에 나서고 있는데요. 소방청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개정된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119 구조견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119 구조견 대가 마련되면 기존의 인명구조견 외에 화재 조사견, 수난 구조견, 사체 탐지견까지 소방견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또 2024년까지 특수 목적견 20마리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구조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큰 관심이 미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구조견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위해 희상을 하는 개로 학대받는다는 말도 안 되는 시선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실종자 구조 활동은 절대적으로 구조견 핸들러와 구조견 간의 신뢰가 구축되어야 하며 교감이 필요합니다. 구조견의 활동에서 학대가 있다면 구조 활동 자체가 불가능하죠. 더구나 구조견을 양성하고 지원 활동을 하는 구조견 훈련사와 핸들러들은 개가 좋아서 훈련 전문가가 되었고, 구조견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는 등 자기희생과 재능을 기부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혹시 산속에서 방울 소리 울리며 수색하는 구조견팀을 보시게 되면 놀라지 마시고 태연하게 하시던 일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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